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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베트남 시장 ‘정조준’

2019.04.11 06:04

com4uinc 조회 수:30

한국이 인프라 황금기를 맞고 있는 아세안 시장을 정조준 하기 시작했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과 내년부터 적용되는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해 국내 제조업계의 시름이 깊어진데다, 내수침체가 장기화로 인해 국내 기업 상당수가 해외 생산기지로 눈을 돌리고 있다. 

베트남으로 공장 이전을 검토하고 있는 기업도 많다. 한국을 비롯한 많은 해외의 투자자들이 베트남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데는, 세계 경제 변화와 미국-중국의 무역 갈등 속에 베트남이 안전하면서도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는 생각에서다. 오는 2020년경에는 베트남이 한국의 2대 수출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고, 미국을 제치고 한국의 2대 수출국이 되면서 신남방정책의 핵심국가가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쏟아지고 있다. 

사실, 한국과 베트남 두 나라는 1992년 수교 이후 경제협력은 물론 문화 및 인적교류 등 활발하게 협력해 왔다. 한·베 양국의 교역규모는 25년 동안 100배 이상 증가했다. 베트남은 2014년만 해도 우리나라의 6위 수출 대상국이었으나 2015년과 2016년에는 싱가포르와 일본을 앞지르며 4위로 발돋움했고 지난해 같은 경우에는 홍콩을 추월해 3위 수출국으로 올라서기도 했다. 우리 수출이 늘면서 한국이 베트남 수입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매년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10년 전인 2007년 보다 2.6배나 늘어난 22.1%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다. 베트남에는 이미 7천 개 이상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미국과 중국의 의존도를 낮추고, 수출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위기감도 베트남 시장 진출에 한몫을 한다. 여기에 현지에서의 박항서 감독의 활약과 맞아 떨어지면서 한국 기업의 베트남 시장 진출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데스크 칼럼] 한국, 베트남 시장 ‘정조준’
사진=김인환 기자

베트남이 신남방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하기 위한 한국 기업의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현지에서 중간관리자급으로 일할 한국의 우수한 인재 확보를 위한 진출기업 간 경쟁도 치열하다. 한국과의 교역이 많은 베트남 특성을 감안해 한국 인재를 필요로 하는 베트남 진출 글로벌 기업의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더욱 주목할만한 점은 최근 베트남 축구 국가 대표 사령탑을 맡은 박항서의 선전이 계속되면서 현지 진출 한국기업까지 후광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제약사들 가운데는 스포츠 마케팅을 내세워 베트남 시장을 공략, 현지 사무소를 발빠르게 개설해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현대와 기아 등 국내 완성차 판매량도 지난해에 비해 괄목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삼성전자의 QLED TV도 '박항서 TV'로 불리며 인기다. 삼성전기와 삼성SDI도 이 같은 효과를 반기고 있다. 일부 제약사의 음료는 4개월간 280만 캔이나 판매되면서 '국민 음료'가 됐다고 할 정도니 가히 그 영향은 상당하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이 스즈키컵 결승에서 우승하던 12월15일 이후 베트남은 또다시 박항서 매직으로 물들었다. 한국인이 베트남 현지 택시를 이용하거나 거리를 지나칠 때도 박항서 얘기를 먼저 건넬 정도라고 한다. 

이런 여세를 몰아 LG와 SK, 포스코, 효성 등도 박항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기업들은 ‘박항서 매직’으로 베트남 내 한국 제품과 기업에 대한 호감도가 오르며 다양한 경제유발효과를 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외교관이나 정치인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성과를 박항서 감독 혼자서 베트남 현지의 경제와 산업분야에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현지 베트남 호치민 무역관 관계자 말을 빌자면, 베트남 기업들은 박항서 감독 모시기에 분주하다고 했다. 

[데스크 칼럼] 한국, 베트남 시장 ‘정조준’
사진=김인환 기자

한편, 한국과 베트남과의 경제협력이 기존 IT 등 제조분야는 물론 기계장비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지난 2015년 말 발효된 한-베 FTA와 정부의 신남방정책을 계기로 2020년까지 한국과 베트남은 교역 1천억 달러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기계 및 부품소재 등 현지 수요가 많은 분야에서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호치민무역관 측은 베트남 바이어가 생각하는 한국산 기계에 대한 인식은 다른 나라보다 가격경쟁력도 좋고 품질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대만 기계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고, 관련 부품도 특정 기계에 한정돼 있어 베트남의 수요를 모두 수용하지는 못하고 있다. 

호치민시 소재의 한 공작기계 수입업체는 일본 공작기계를 찾는 사람은 꾸준한데 비해 한국산 공작기계의 수요가 한국투자 기업에 편중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상품의 품질과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베트남 수입업체들은 다양한 한국산 공작기계를 취급하기 바라지만, 극히 한정적이어서 현지 고객의 수요를 발굴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국산 기계의 품질은 인정받고 있지만, 중국처럼 제품의 다양성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중국산 기계는 취급 품목이 상대적으로 다양해 더 빠른 시간 내 원하는 모델을 쉽게 찾을 수 있고 품질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다. 

[데스크 칼럼] 한국, 베트남 시장 ‘정조준’
사진=김인환 기자

최근 본보 취재팀이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한국기계산업진흥회(이하 기진회)와 코엑스가 공동으로 주최한 ‘2018 베트남 국제기계산업대전(VIMAF 2018)’ 행사 현장을 취재했다. VIMAF 2018에는 1만5천여 명의 베트남 바이어가 전시장을 방문했고 행사에 참가한 기업들이 현지 바이어들과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냈다. 내년 전시 참가 희망 업체도 상당했다. 한국과 베트남 기계 산업 교역증대에 이번 전시회가 기여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전시회에 참가한 기업은 베트남 현지 생산기지를 둔 한국기업와의 만남을 통해 베트남 현지 정보를 얻고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현지 참가를 통한 정보도 이처럼 중요하다. 

하지만 베트남 현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에는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법인설립절차, 체류자격, 기타 현지법규 및 관행뿐만 아니라 유망산업 등 최근 동향에 대한 정보도 여전히 부족하다.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맞춰 한국 기업이 이들 지역에 효과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기계 산업의 법률적 검토와 함께 한국 기업들도 이 같은 열풍을 어떻게 비즈니스로 풀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각에서는 포스트 차이나를 넘어 베트남과의 경제통상협력 관계를 차원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두 나라의 기업이 한-베 FTA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신남방정책으로 정부 간 경제협력의 토대를 더욱 다져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에게 베트남은 한해 300억 달러가 넘는 무역흑자를 주는 무역상대국이다. 본보는 ASEAN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될 베트남 시장에서의 한국 기업 선전을 기대하면서, 신남방정책 1년, FTA 3년을 맞은 한국과 베트남 경협의 향후 10년이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할 것이다. 

산업일보 편집국장 안영건 ayk2876@kid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