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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오랫동안 일하다보면 꼭 한명씩 미워하는 사람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 사람과 일을 같이 하면, 늘 갈등이 생기지요.
일은 진행해야 하고, 감정은 쌓여가고, 막막한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그 사람과는 도저히 일을 같이 못하겠으니 부서를 옮겨달라고 할 수도 있고, 아예 등지고 안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안보고 싶을 때 안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세상 일이 어디 내 마음 대로 됩니까? 참으면서 견뎌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30대 직장 여성 분이 직장에 한없이 미운 사람이 있을 때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법륜스님께 질문했습니다.


"미움이라는 것은 자기 생각이 옳다하는 데서 생깁니다.
내 생각대로 되지 않으니까 상대를 미워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사람의 생각은 서로 다릅니다.

‘저럴 수도 있겠다. 저 사람은 저렇게 하는구나.’

이렇게 이해하면 마음 속에 미움이 생기지 않습니다.
마음 속에 미움이 생긴다는 것은 이미 내 생각에 사로잡혀서 상대의 입장이나 관점을 이해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내 생각에 사로잡혀서 ‘어떻게 저럴 수가 있나?
어떻게 저런 말을, 어떻게 저런 행동을 할 수 있나?’ 하고 생각하면 내 마음 속에는 상대에 대한 미움이 생깁니다.
그러므로 그런 미움이 생겼다는 것 자체는 이미 내가 내 생각에 사로잡혔다는 것입니다.

내 생각에 사로잡힌 상태에서 내 기분대로 미워하고, 원망하고, 욕하는 것은 범부 중생입니다.
그러면 상대도 욕하고, 미워하고, 원망을 하겠죠. 그래서 싸우게 됩니다. 이런 경우에 분노를 터뜨리지 않고 참는 사람도 있습니다.
참으면 미움이 확대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결이 되느냐? 그건 아닙니다.
이미 미움이 일어난 것을 바깥으로 드러내느냐, 억누르느냐 하는 차이지요.
미움이 일어났다는 것은 수행이 아닙니다.

그러면 어디서부터 수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용서해 주는 것일까요?
용서해 주는 건 세속에서 볼 때는 훌륭한 인격입니다.
참는 것은 훌륭한 인격이죠.
그러나 거기에 수행이라는 말을 붙이면 안돼요.
그러니까 질문하신 분은 수행을 하는 게 아니고 참다가 터뜨렸다가, 참다가 터뜨렸다가 세속적인 반응을 하는 거예요.
터뜨릴 때는 성질이 나쁘다는 비난을 받을 것이고, 참을 때는 사람이 착하다는 소리를 듣겠죠.
그러나 이것이 수행은 아닙니다.
이것은 자기 생각에 사로잡힌 상태, 즉 꿈속에 있는 것이에요.

그 사로잡힌 상태를 사로잡힌 줄 알고 놓아 버릴 때부터 ‘수행’이라 합니다.
그러니까 ‘용서하느냐’, ‘참느냐’ 하는 것을 수행의 과제로 삼으면 안돼요.
참는 것을 과제로 삼는 한은 수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세속의 길에 있는 것이에요.

상대를 이해하는 것에서 수행이 시작된다는 말은 상대가 옳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 사람의 관점에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다는 것이죠.
내 것을 고집하지 말라는 이야기지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관점을 잡아서 공부해야 해탈의 의미를 이해하고 경험하게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참다가 터졌다가, 참다가 터졌다가 하면서 한 생을 사는 거예요.
참는 공부보다 놓아 버리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놓아지지 않을 때 일시적으로 참는 공부를 하는 거지, 참는 게 공부의 목적이 되면 안 됩니다.

미워함이 없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미워함이 없는 것은 서로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물론 잘 안 됩니다. 잘 안 되는 게 당연합니다.
그러니까 더욱 열심히 공부를 해 나가야 합니다.
그렇게 될 때까지 쉼 없이 하는 것이 정진입니다.”

스님의 답변을 듣고 청중과 질문자 모두 기뻐하였습니다.

미워한다는 것은 내 생각이 옳다는 것을 고집하는 것이라는 말씀에 뒤통수를 한 대 꽝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최근에 계속 미워지는 사람이 있었는데, 상대가 계속 문제라고 생각했지 내 생각이 옳다고 고집했음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스님의 답변을 듣는 순간 ‘아, 그렇구나’ 하며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습니다.
그 사람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겠구나 이해되는 순간, 더 이상 참을 것도 없고 용서할 것도 없었습니다.